Green Hour 의 두번째 정규앨범
Green Hour Vol.II
“Live To Be Blue”
지난 데뷔작에서 그 이름처럼 초록빛의 시공간을 완성했던 그린아워의 두 번째 이야기는 파란빛의 항해로 물든다. 이번 앨범에는 바다에 얽힌 기억과 감정, 탁 트인 사고와 시야가 뻗어 있다. 물과 바다는 예술사 오래된 주제이지만 [Green Hour Vol.II]는 친숙한 선택을 하되 단순한 모사를 비켜선다. 인상을 복제하기보다 생각하고 기억하며 상상하는 자리를 정밀하게 설계해, 표면의 윤슬과 항구의 공기, 오랜 시간의 심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그린아워는 과거 플루트와 기타 조합이 자주 선보였던 스윙과 라틴 혹은 감상적인 스무드 스타일에 매이지 않은 채 여전히 자신들의 차분한 중심을 지킨다. 파란 세상의 설계는 선명하다. 숲속에서 바람을 타고 경쾌하게 날아오르던 플루트(김혜원)의 선율이 전보다 차분히 장면의 윤곽을 그리고, 루프와 아르페지오를 착실하게 활용한 기타의 리듬 패턴과 베이스(임송혁), 드럼(박상현)이 든든한 토대를 다져 배경의 빈틈을 메운다. 필요할 때 멤버 이서인과 게스트 김재완의 기타가 솔로로 나서며 은근하고도 존재감 짙은 채색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첼로(빅 바플)가 합류하는 순간 압력과 음영이 더해져 수직 대비가 선명해진다. 첫 곡 ‘Yunseul’이 대표적으로 설계를 증명한다. 기타와 베이스의 리듬 연주가 규칙적으로 일렁이는 물결을, 브러시 드럼이 물결에 부딪쳐 부서지는 빛의 입자를, 유연하게 흐르는 플루트 선율이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풍경을 그린다.
수록곡의 장면들은 구체적이되 과잉 설명을 거부한다. 시간이 흐를 뿐 소비되지 않고, 어렵지 않으나 세심한 구조와 다이내믹, 편성의 전환이 의미를 만든다. 1집이 눈으로 보는 음악이었다면, 2집은 몸의 감각이 유영하는 음악이다. 전작에서 비브라폰이 상층의 반짝임과 공기를 담당했다면, 이번에 함께한 첼로의 낮게 우는 비브라토는 하층의 무게와 그림자를 책임진다. 격한 파도가 몰아치는 일은 없지만 수면 아래에는 잔잔히 고동하는 내면의 스윙이 맥박을 유지한다. 김혜원과 이서인 두 멤버가 주축이 되어 작곡한 곡이 번갈아 배치되어 바다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거치지만, 치열한 주도권 경쟁 대신 평화로운 공존이 자리한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고도 물은 언제나 물이라는 듯이.
치열한 연주, 슬픔의 수렁 속에서 피어난 ‘Born to Be Blue’는 [Green Hour Vol.II] 속 바다의 시공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어두운 밤에도, 어스름한 새벽에도, 환한 낮에도 결국 파랄 것이라고 믿는 우리네 바다의 빛은 의식 속의 블루를 조금은 더 따뜻하고 포근한 온도와 질감으로 바꾼다. 파랗게(슬프게) 태어난 숙명이 아니라, 파랗게(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일상이 된다.
- 정병욱(Byungwook Chung) / 대중음악평론가
Green Hour(그린아워)는 음악을 듣는 이가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하고 싶다는 명확한 지향을 가진 밴드입니다. 그렇기 때문일까요, 이들의 음악은 ‘우린 이만큼 할 수 있어, 이것 멋진 음악이라구’하며 설득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이번 음반의 주제는 바다인데, 몇몇 곡은 제법 시각적인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분명 플룻과 기타가 앞장서서 음악을 이끌고 가지만, 드럼과 베이스 역시 그들의 음색을 가로막지 않으며 회화적으로 소리를 채워냅니다. 음반의 후반부에 참여한 첼로 역시 듣는 이를 어딘가로 끌고가는 힘이 있습니다. 그건 아마도 각자의 기억 속 바다이겠지요, 수많은 감정을 가득 담은.
- 글 최은창 / 베이시스트
[Tracks]
1. Yunseul
2. Harbor, Sunrise
3. Jujeon
4. Scuba Diving
5. Sailing Boat (*Title)
6. Oyster's Dream
7. Glacier
8. Twilight Ocean(*Title)
9. Glacier(Alternate Version)
Track 1. Yunseul
물결 따라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면 눈이 시려집니다. 자꾸 눈을 감았다가도 다시 쳐다보게 되는 그 신비한 매력. 빛이 물 위에서 춤추는 순간을 음악에 담았습니다.
Track 2. Harbor, Sunrise
어린시절 바닷가 항구 앞에 자리 잡고 있었던 우리 집. 새벽마다 창을 통해 들어오던 햇살과 바다 내음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때의 잔잔한 아침의 빛과 항구의 공기를 기억하며 쓴 곡입니다.
Track 3. Jujeon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던 바닷가 앞 작은 시골 마을 울산 주전. 자전거를 타고 항구를 달리던 친구들, 거칠지만 순박했던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만든 곡입니다.
Track 4. Scuba Diving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스쿠버 다이빙을 상상하며 만든 곡입니다. 깊은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는 순간, 그 신비로운 세계에서 느낄 자유로움을 음악에 담았습니다.
Track 5. Sailing Boat
바다를 주제로 앨범을 그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작은 돛단배 였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순간, 모험의 시작을 알리는 설렘을 담았습니다. 2집을 준비하며 ‘무엇이 기다리더라도 기꺼이 떠나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Track 6. Oyster's Dream
깊은 바다 속 작은 굴이 고통스러운 이물질을 진주로 만들어내는 과정. 시간이 흘러 그 고통이 아름다운 진주로 변해가듯, 우리 삶 속에서 마주하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면 결국 그 시간은 빛나는 진주가 된다는 희망을 담았습니다.
Track 7. Glacier
수천년의 시간으로 층층이 만들어진 빙하의 웅장함과 그런 빙하가 녹아 무너지는 모습에 영감 받아 쓴 곡입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를 동시에 담으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Track 8. Twilight Ocean
노을 지는 바다가 황금빛에서 푸른 어둠으로 천천히 변해가는 순간. 하루의 끝에서 느끼는 고요함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을 부드럽게 그려냈습니다.
Track 9. Glacier (Alternate Version)
기타 2명과 플룻이 함께하는 Glacier의 다른 해석. 원곡보다 더욱 치열하고 역동적인 느낌으로 빙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Credits]
Produced by Green Hour
Flute 김혜원 Guitar 이서인 Bass 임송혁 Drums 박상현
Guitar 김재완 (Track 4, 5, 7, 8, 9)
Cello 빅바이올린 플레이어 (Track 4, 7, 8)
Composition
김혜원 (Track 4, 6, 7, 8, 9)
이서인 (Track 1, 2, 3, 5)
Recorded by 이동휘 at KT&G 춘천 상상마당
Mixed & Mastered by David Darlington at Bass Hit Studio
Cover Photograph, Design by 정지후
Sponsored by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앨범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청년예술가도약지원사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Green Hour Vol.II by Green Hour [CD/ 정규2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