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oom Works: Aleatoric + Ambience (Recorded in the Lobby of Deokseong Hall) by 안현빈 [CD, 정규2집]

피아니스트 안현빈의 정규2집

Open Room Works: Aleatoric + Ambience (Recorded in the Lobby of Deokseong Hall)

어디까지가 음악이고, 어디까지가 소음이며, 어디까지가 듣기 좋은 소리일까요? 저는 늘 이 경계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이번 정규 2집 《Open Room Works: Aleatoric + Ambience》는 그러한 질문 속에서 출발한, 제게 가장 실험적인 시도들의 모음입니다.

이 앨범은 두 개의 트랙 시리즈  Aleatoric과  Ambience로 구성되어 있으며, 덕성관 로비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현장 녹음되었습니다. 이 로비는 대학 건물의 통로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울림과 잔향, 환경 소음이 모두 작곡적 요소로 기능하는 하나의 열린 무대가 되었습니다.

Aleatoric 트랙

연주자에게 주어진 것은 음표나 리듬이 아닌 ‘행위 중심의 지시문’입니다.“무엇을 연주하라”는 구체적인 명령 대신, 단순한 동작이나 개입의 형태만이 전달됩니다.그 결과, 연주는 즉흥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발화되며, 녹음 순간까지도 어떤 소리가 나올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이것은 작곡가의 통제를 벗어난, 우연에 의한 소리들의 기록입니다.

Ambience 트랙

Ambience 시리즈는 연주자들에게 가능한 한 '존재만 하라'는 요청에서 출발합니다.악기의 테크닉이나 음악적 표현보다, 그 순간 공간의 기운과 음향 환경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기록하는 데 집중합니다.우리는 ‘연주’보다는 ‘기록’의 태도로 접근하며, 그 사운드는 점차 청자의 내면으로 스며들며, 각자의 이미지와 감정을 호출합니다.

이 앨범은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오히려 우리가 머물렀던 그 공간과 시간의 상태를 포착한 하나의 사운드 로그이며,여러분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순간을 다시 떠올리고,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Liner Notes]

이 음반을 계획하게 된 건 최근에 접하게 된 앰비언트 음악과 우연성 음악을 공부하면서부터였다.

나는 평소에 음악이란 강한 다이내믹, 감동적인 서사, 멋진 화성과 즉흥연주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앰비언트와 우연성 음악은 그 믿음을 정면에서 흔들었다. 하나하나가 순간의 선택에 의해 형성되는 우연성 음악, 그리고 누군가에게 들려지기보다는, 그저 환경 속에 존재만 하는 앰비언트 음악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음악의 형식을 깨고, ‘음악을 듣는다’는 행동 자체를 해체해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녹음된 걸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다” 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내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연주자들을 모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에서, 연주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원준이 형의 기타 소리는 차분히 바닥을 깔아주었고, 그 위에 사람들의 악기 소리가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홍기의 트럼펫과 웅찬이 형의 색소폰은 공기 중에 머무는 소리를 만들었고, 선재와 규원이의 퍼커션과 박수는 빠르게 공간을 한 바퀴 휘돌았다. 재우 형의 카메라 셔터 소리는 빛과 함께 찰나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졌고, 승주 형, 석우 형, 서현이, 성준이의 조용한 대화와 발걸음 소리는 그 빈자리를 조금씩, 자연스럽게 채워갔다. 이 앨범은 ‘좋은 음악’을 담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 2025년 7월 5일, 우리들의 상태를 기록한 작업이다. 나는 이 음반을 들을 때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그 장면들이 고스란히 전해졌으면 좋겠다.

-Producer 안현빈 “Aleatoric I: Repeat a phrase until signaled to stop” 녹음 중

[Track Stories]

Aleatoric I: Repeat a phrase until signaled to stop지휘를 보고 주어진 프레이즈 중 한가지를 골라 연주하시오, 다시 지휘가 올때까지 무한히 반복합니다.

Ambience I: A room made for resting

Aleatoric II: Move based on sound until everyone returns각자 악기를 들고 마이크 앞에 모입니다. 그리고 위치를 향해 이동합니다. 조건: 1. 다른 사람이 소리를 내면 한걸음을 움직입니다. 2. 본인이 소리를 내면 두걸음을 움직입니다. 3. 소리를 지속하여 내면 지속하는 동안 계속 움직입니다. 4.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행동합니다. 위 조건을 지키면서 본인의 위치까지 이동하면 다시 마이크 앞으로 모입니다. 돌아오며 움직이는 조건은 앞선 조건과 같습니다. 로비까지 도착하면 모든 사람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Ambience II: A sound meant to be overheard

Aleatoric III: Play seven sounds. One must be your loudest

5분 타이머를 재생합니다. 5분 동안 본인은 7개의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떤 소리를 낼 지는 자유입니다. 단 7가지 소리 중 한 소리는 본인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냅니다.

Ambience III: The breath between lights

Aleatoric IV: Solo response to the cactus, using sound

따라 말하는 선인장을 향해서 30초 내외로 서로 소리를 주고 받습니다.  한 사람씩 진행하고 한 사람이 하면 나간 후 다음 사람이 들어와서 진행합니다.

Ambience IV: Quiet sound holding the space

Aleatoric V: Use only non-instrumental sounds. Stop at a clap

각자 주위에서 소리가 나는 사물을 찾습니다. (악기 제외) 해당 사물을 원하는 시간 만큼 연주합니다. (30초 내외)

연주가 끝난 후 다른 사물을 찾아 연주 후 이 행위를 반복합니다. 큐사인인 박수 소리가 들리면 이를 멈춥니다.

Ambience V: Where the sound broke something inside

Aleatoric VI: Find the given pitch and play it

신스와 피아노가 연주하는 특정한 음 하나를 여유 있게 찾아서 같은 음으로 따라서 연주해주세요.

Aleatoric and Ambience VII: Play freely and end together in C major

모두 즉흥으로 연주하고 프리하게 연주합니다. 단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리스폰스 해주세요. 마지막에 큐사인을 받으면 토닉(CMAJ)으로 다같이 연주합니다.

[Tracks]

1. Aleatoric I: Repeat a phrase until signaled to stop (04:36)

2. Ambience I: A room made for resting (04:25)

3. Aleatoric II: Move based on sound until everyone returns (08:37)

4. Ambience II: A sound meant to be overheard (06:51)

5. Aleatoric III: Play seven sounds. One must be your loudest (05:53)

6. Ambience III: The breath between lights (08:07)

7. Aleatoric IV: Solo response to the cactus, using sound (06:45)

8. Ambience IV: Quiet sound holding the space (05:58)

9. Aleatoric V: Use only non-instrumental sounds. Stop at a clap (07:56)

10. Ambience V: Where the sound broke something inside (09:05)

11. Aleatoric VI: Find the given pitch and play it (06:59)

12. Aleatoric and Ambience VII: Play freely and end together in C major (09:54)

[Credits]

Performed by 안현빈 Hyunvin An (piano, synthesizer, additional sounds)

신원준 Wonjun Shin (electric guitar, additional sounds)

손웅찬 Ungchan Son (Alto saxophone, additional sounds)

민홍기 Hongki Min (trumpet, violin, baritone horn, additional sounds)

안규원 Kyuwon An (percussion, additional sounds)

강재우 Jaewoo Kang (percussion, additional sounds)

이선재 Seonjae Lee (percussion, additional sounds)

이승주 Seungju Lee (additional sounds)

이석우 Seokwoo Lee (additional sounds)

강서현 Seohyun Kang (additional sounds)

박성준 Seongjun Park (additional sounds)

Recorded 2025.07.05, DIMA Lobby of Deokseong Hall

Recording by 이승주 Seungju Lee, 이석우 Seokwoo Lee

Mixing&Mastering by 이승주 Seungju Lee

Artwork&Photography by 강재우 Jaewoo KangVideo by 강서현 Seohyun Kang, 박성준 Seongjun Park

Produced by 안현빈 Hyunvin An

[About Artist]

• Pf
피아니스트 안현빈은 재즈와 즉흥연주 음악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임계점”, “인테러뱅” 등의 프로젝트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스트레잇어헤드 스타일부터 아방가르드한 스타일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으며 섬세한 표현부터 강력한 인터플레이까지 다양한 플레이에 강점을 두고 있는 피아니스트이다. 또한 작곡가로서도 강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만의 곡을 작곡하는 것이 아닌 함께하는 연주자를 생각하면서 앙상블을 상상하며 작곡을하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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