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없는 말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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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양장본
568쪽
150*220mm
ISBN : 9791195949953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의 살아 있는 거장, 필립 글래스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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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택시 운전사에서 현대음악의 거장이 되기까지,

필립 글래스가 이야기하는 그의 삶과 음악> 필립 글래스라는 숲

 

『음악 없는 말』은 현대 미니멀리즘 음악계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필립 글래스Philip Glass(1937∼ )가 자신의 예술 세계와 삶의 여정을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

올해로 여든에 이른 한 노음악가가 음악이 아닌 말로써 그린 이 자화상에는 그가 통과해 온 시간과 공간과 사람들이 담담하고 절제된 톤으로 담겨 있다.

필립 글래스는, 역사상 가장 전위적인 오페라로 평가받는 「해변의 아인슈타인」과 「미녀와 야수」 등을 비롯하여, 각각 열한 개의 교향곡과 협주곡 이외에도 수많은 실내악곡 등을 쓰며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 주었다.

또한 그 스스로는 ‘고전주의자’라 부르면서도 장르의 경계를 초월하여 다채롭고 자유로운 행보를 보인 바, 「디 아워스」, 「쿤둔」, 「트루먼 쇼」, 「일루셔니스트」,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등의 영화음악 작업에도 헌신적으로 참여하는가 하면, 데이비드 보위, 패티 스미스, 브라이언 이노, 폴 사이먼, 믹 재거, 레너드 코헨 같은 대중음악인들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아가 라비 샹카르, 알라 라카, 포데이 무사 수소, 마크 앳킨스 같은 비서구 음악인들과도 활발히 교유하며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다. 덕분에 우리는 그의 음악을 오페라 하우스나 콘서트홀뿐만 아니라 영화관이나 극장에서도 곧잘 들을 수 있다.

필립 글래스의 작품 밑바탕에는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루크너 같은 서양 고전 음악의 유산은 물론, 미국 전위음악의 핵심인 존 케이즈에서부터 비밥, 로큰롤, 제3세계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이 녹아들어 있다.

음악적 유산뿐만이 아니다. 비트 문학, 철학, 과학, 헤르만 헤세, 티베트 불교, 요가, 명상, 채식, 도가의 기공, 멕시코의 톨텍 문화, 유럽발 실험 연극과 댄스, 누벨바그 영화, 뉴욕 다운타운 미술 등 여러 정신적이고 예술적인 유산 또한 그의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마치 수많은 수종이 들어찬 거대한 숲을 보는 듯한 그의 세계는, 그만큼 그 영향력도 넓고 깊어서 우리 시대의 음악을 논할 때면 반드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필립 글래스는 『음악 없는 말』에서 이러한 자신의 궤적을 마치 제3자에 대해 말하듯 어떤 과시적 제스처나 미화 없이 편안하게 들려준다.>

 

볼티모어에서 파리까지

필립 글래스의 음악이 여러 원천과 닿아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일찍부터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1937년, 볼티모어의 한 넉넉지 못한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살 때부터 플루트를 배운 한편으로 열한 살 때부터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레코드 가게 일을 거들며 당시 유행하던 대중음악을 폭넓게 들었다. 또한 바르톡, 쇼스타코비치, 스트라빈스키 같은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곡을 접한 것도 그때였다. 당시 이 음악가들의 레코드판은 잘 나가지 않았고, 아버지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파고들다가 결국 현대음악의 전도사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 덕분에 어린 글래스도 고전음악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현대음악을 귀동냥할 수 있었는데, 특히 ‘아버지 몰래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나눈 밤을 이야기하는 대목은 퍽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버지가 틀어 놓은 음악을 몰래 들으면서 내 귀도 좀 트였다. 우리 집은 볼티모어 다운타운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립주택이었고, 형과 나의 침실은 거실 바로 위에 있었다.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나는 몰래 침대에서 빠져나와 계단 중간쯤에 걸터앉아 한참을 귀 기울였다. 아버지가 고개만 돌리면 들킬 위치였지만 한 번도 걸린 적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거기 있는 것을 알고도 내버려 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나눈 밤을 헤아릴 수 없었다.”(60쪽)

 

이어 열다섯에 시카고 대학 조기 입학 대상자로 선정되어 고향을 떠나게 된 필립 글래스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지적, 문화적 체험을 한다. 문학, 철학, 역사, 과학, 수학, 사회과학 등을 두루 파고드는가 하면, 시카고라는 도시가 제공하는 수준 높은 문화를 닥치는 대로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데, 이는 훗날 그의 음악 세계로도 면면이 흘러 들어가게 된다.

시카고 시절에서 특히 인상 깊은 대목은 그의 재즈 편력기다. 버드 파월,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델로니어스 몽크, 레드 갈란드, 스탠 게츠, 쳇 베이커, 마일스 데이비스, 오넷 콜맨 등 1950∼1960년대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재즈의 거인들이 모두 거기에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서 필립 글래스는 현대 재즈의 진수를 흠뻑 빨아들였다. 시종 차분한 어조로 삶을 돌아보는 그이지만, 이 대목에서만큼은 그도 그 시절의 청년으로 돌아간 것마냥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의 가게에서 귀동냥으로 들었던 고전적 실내악과 더불어 시카고 시절에 심취한 재즈가 이후 그의 음악을 이루는 두 개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필립 글래스의 음악 인생은 대학 졸업 후 줄리아드 음악원에 들어가면서 마침내 첫 닻을 올린다. 음악으로 오롯이 채워진 ‘진짜 인생’을 살고 싶어 부모님의 낭패감과 염려마저 뒤로 하고 뉴욕으로 간 그는, 윌리엄 버그스마와 빈센트 퍼시케티를 사사하는 가운데 작곡 수업과 훈련을 부지런히 밟아 나간다. 줄리아드의 필수 과정인 합창단 활동 역시 작법에 필요한 기초를 두루 다지는 데 알찬 밑거름이 되었다. 무엇보다 이 시절에 몸에 들인 습관, 즉 오전 열 시부터 오후 한 시까지는 무조건 피아노 앞에 앉아 공부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뮤즈의 활동을 엄격히 금하도록 한 것은 그의 평생을 지배하는데, 놀라울 정도의 방대한 생산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주변 예술에 대한 관심도 깊었던 그는, 실험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뉴욕 다운타운 미술계(특히 추상표현주의)와 공연계, 그리고 기성 사회에 대한 비판과 존재의 초월을 추구하는 비트 문학 등으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와 동시대를 살며 현대 예술의 지형을 바꾸는 데 심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에이즈라는 재앙 앞에 우수수 떨어져 나간 수많은 예술인들에게 바치는 애도는 가만히 가슴을 적신다.

 

이 책의 1부는 파리 시절에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줄리아드를 졸업하고 파리로 건너간 필립 글래스는 걸출한 두 스승을 만나면서 비로소 든든한 음악적 받침목을 획득한다. 음악가들의 스승으로 유명한 나디아 불랑제와, 시타르 명인으로서 인도 고전음악을 서구에 알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라비 샹카르가 바로 그들이다. 불랑제 선생은 무엇보다도 음악가가 갖추어야 할 확실한 연장통을, 라비 샹카르는 비서구 음악에 눈뜨게 하는 한편으로 ‘음악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선사했다. 한편 파리 시절은 필립 글래스에게 유럽 현대 예술의 최전선을 경험하게 한 장이기도 했다. 고다르와 트뤼포가 주도하는 누벨바그 영화며, 현대음악의 또 다른 거장인 피에르 불레즈와 슈톡하우젠의 음악, 그리고 피터 브룩과 그로토프스키로 대변되는 실험적 연극 등이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유럽의 전위적 예술을 깊이 빨아들이는 가운데 필립 글래스는 리 브루어 등과 함께 대안적 실험 극단을 태동시키기도 했으니, 바로 훗날 ‘마부 마인스’라고 명명될 극단이다. 필립 글래스가 연극계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데는 그의 첫 번째 아내인 조앤 아칼라이티스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필립 글래스는 지금까지 네 번 결혼하여 슬하에 네 아이를 두었다. 이 책에서 그는 첫 번째 아내인 조앤과 사별한 아내인 캔디 저니건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마부 마인스 창단의 주역이기도 한 조앤은 연극감독이자 대본 작가로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뉴욕의 실험적 연극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파리 시절에 결혼하여 슬하에 두 명의 자식을 두었으며, 헤어진 뒤에도 예술적 동지로서의 인연을 끈끈히 이어 오고 있다.>

 

뉴욕의 소리

필립 글래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세 개의 공간을 들자면 파리, 인도, 뉴욕이 될 것이다. 이 책의 2부와 3부에는 파리와 인도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직업 음악인으로서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67년,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 필립 글래스는 자기만의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모색해 갔다. 그는 음악이 전달할지도 모르는 ‘이야기’ 대신 음악 그 자체의 문법에 뿌리를 둔 언어를 찾고자 했다. 단순한 요소의 반복과 변주에 토대한 미니멀리즘 음악이 그 해법으로 제시되었고, 이러한 방향성은 초기작인 「하우 나우How Now」, 「스트렁 아웃Strung Out」, 「단계Gradus」, 「병진행하는 음악」, 「정면충돌」, 「5도 음악」 등에 잘 천명되어 있다. 그러면서 그의 음악이 그저 지루하게 반복되기만 한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서는 이렇게 항변한다.

 

“내 음악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그저 시종 반복되기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결코 그렇지가 않다. 만약 그저 반복적인 음악이라면 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내 음악을 들어줄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변화다. 〔중략〕 「병진행하는 음악」이나 다른 여러 초기작을 들어 보면 알겠지만, 그것들이 흥미로운 점은 하나같이 있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다는 데 있다.”(320쪽)

 

고도로 미니멀하고 반복적인 음악을 확립해 가던 그는,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오페라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통해 가장 완전한 형태로 그 결실을 본다. 전통적 서사 대신 아인슈타인에게서 연상되는 세 가지 이미지를 반복하고 변주하는 이 작품은 이제는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었다.

이 작품을 필두로 「사티아그라하」, 「아크나톤」도 이어서 제작되면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인물을 다룬 ‘초상 오페라 삼부작’이 탄생했는데, 이는 1990년대에 만든 또 다른 연작 ‘콕토 3부작’과 더불어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하지만 「해변의 아인슈타인」의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필립 글래스는 생계를 위해 해 온 밑바닥 노동을 당장 그만두지 못한다. 이미 줄리아드 시절부터 철강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트럭에 짐 싣는 일을 했다. 파리에서 돌아온 뒤에는 이삿짐센터 일, 배관 일, 택시 운전을 이어 가는 가운데 노동과 예술이라는 두 세계를 쉼 없이 오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찢김’으로 인식하지 않고 낙천적이고 통합적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뉴욕은 예술의 현장이자 생활의 터전이다. 택시를 운전하면서 골골이 누볐을 뉴욕이라는 도시는 그의 음악 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그러기에 “당신의 음악은 어떻게 들립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곧잘 이렇게 답한다.“내게는 뉴욕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본 책의 말미에는 필립 글래스의 궤적을 일별할 수 있도록 작품 목록 전체를 연대별로 정리하여 수록했다.

 

 

 


[미디어 소개]

☞ 한겨레신문 2017년 10월 12일자 기사 바로가기

☞ 매일경제신문 2017년 10월 13일자 기사 바로가기

☞ 서울신문 2017년 10월 13일자 기사 바로가기

☞ 경향신문 2017년 10월 13일자 기사 바로가기

☞ 한국신문 2017년 10월 12일자 기사 바로가기

☞ 한국경제신문 2017년 10월 14일자 기사 바로가기

☞ 동아일보 2017년 10월 14일자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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